티스토리 뷰

야단(野壇)

여름밤은 깊어 가네...

몽선 2016. 6. 30. 23:00










독경(獨經)

 

권정일

 

 

  지상에서 가장 슬프다는 샤콘느의 현을 빌어다가 홀로, 독을 외웁니다

처연한 달하나 몸에 새깁니다 달무리 속에 들어와 둥근 소(消)에 이르러

 제 몸에서 나온 비단으로 자신을 가둔 나비애벌레처럼 문을 밖에서 잠갔는데

갇힌 사람은 나입니다

 분명하게 가둡니다

숭고하고 끔찍하게 허물을 벗습니다

허물 벗은 달이 스스로를 깎는 일 같아 신들이 떠난 밤,

지독한 굶주림의 냄새를 퍼뜨리며 염소고기를 먹는 샤먼이 되고 자꾸 깎이는 달을 바라봅니다

 섭씨 30˚이상의 체온으로 날 수 있는 나비의 몸은 얼마나 뜨거울까 생각다가 이마를 바닥에 짚습니다

미온이 번져 번져서 

  혼자가 혼자를 글썽이며 바라보는 일과도 같아

  봄날 도화의 화분(花粉) 같은 분분한 주문,

출발은 하는데 다시 출반선인 죄는 얼마만한 백여덟의 결일까요

엄지를 굴립니다

나에게 빌어야 하는 용서가 비로소 멈추었을 때

염소처럼 우는 나는 달 같았습니다



■ 출처 :『작가세계』2013년 여름호















































































'야단(野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묵상(默想)  (0) 2017.05.28
병신년(丙申年) 시월 열 사흘... 마침내는 100만송이 꽃 피었네!  (0) 2016.11.12
바람이 분다!  (0) 2016.04.13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0) 2016.01.30
아버지  (0) 2015.09.28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